기업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생성형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많은 기업이 대형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을 중심으로 AI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OpenAI의 GPT, Anthropic의 Claude, Google의 Gemini와 같은 LLM은 뛰어난 언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기획, 문서 작성, 검색, 코딩 보조 등 다양한 업무에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는 LLM 기반의 생산성 도구를 이미 업무에 깊이 통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AI 기술이 PoC(Proof of Concept)를 넘어 실제 운영 환경으로 확장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정도 규모의 모델이 모든 업무에 필요한가?"
"이 모델을 전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와 예산이 있는가"
추론 비용, 응답 지연, 보안 이슈는 기업이 LLM을 도입하는 데 있어 점점 더 큰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안이 바로 "스몰 언어 모델(Small Language Model, SLM)"입니다.
이 글에서는 LLM과 SLM의 기술적 특성과 장단점을 비교하고,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AI 모델을 선택해야 할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LLM의 강력한 능력과 그 이면의 비용
LLM은 수십억~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기반으로 훈련된 초거대 모델입니다. 광범위한 데이터셋으로 학습되어 범용적인 언어 이해 및 생성 능력을 가지며,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 다양한 주제에 대한 창의적 생성(기획안, 마케팅 콘텐츠 등)
● 정형화되지 않은 사용자 질의 응답(챗봇, 고객 지원)
● 다국어 번역, 요약, 코딩 지원 등 복합 작업
하지만 그 성능만큼이나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API 호출당 과금되는 구조에서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며, 특히 전사 확산 단계에 진입하면 월 수천만 원 이상의 클라우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한계점도 존재합니다.
● 추론 지연(latency): 클라우드를 경유한 API 호출은 1~3초 이상의 응답 지연이 발생할 수 있음
● 보안 우려: 민감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전송되어야 하므로 별도의 암호화 및 접근 제어 정책 필요
● 커스터마이징 어려움: 범용 모델이기 때문에 특정 업무 맥락에 맞춘 fine-tuning에는 추가 리소스 필요
이처럼 LLM은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모델"이지만, "어디에나 쓰기에는 부담이 큰 모델"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몰 언어 모델(SLM)은 수백만~수천만 개의 파라미터로 구성된 경량 모델로, 표현력은 제한적이지만 특정 업무나 도메인에 최적화될 경우 LLM에 근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SLM으로는 다음과 같은 모델이 있습니다.
● DistilBERT, TinyLlama, Mistral-7B, Phi-2 등
● 일부는 퀀타이징(quantization)을 통해 모바일·엣지 디바이스에서도 실행 가능
SLM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모델이 작아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운영 측면의 실용성 때문입니다.
항목 | 대형 언어 모델(LLM) | 스몰 언어 모델(SLM) |
성능 | 범용, 고정확도 | 도메인 특화 시 우수 |
추론 지연 | 평균 1~3초 | 수백 ms 이내 |
비용 구조 | API 사용량 기반 과금 | 로컬 배포 가능, 고정 비용 |
보안 | 클라우드 전송 필요 | 온프레미스 처리 가능 |
유연성 | 파인튜닝 어려움 | 업무별 커스터마이징 용이 |
실제 기업 사례에서도 SLM 도입 후 다음과 같은 성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 운영 비용 50~70% 절감 (API 호출 비용 → 로컬 추론으로 전환)
● 응답 지연 80% 이상 단축 (실시간 응답성 개선)
● 보안 감사 대응력 향상 (데이터 외부 전송 없음)
SLM은 단순히 LLM의 '작은 버전'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설계된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선택의 기준: 모델 크기가 아닌, 업무의 특성
LLM과 SLM의 선택은 기술 스펙의 비교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AI를 어떤 업무에 적용하려고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입니다.
✔ LLM이 적합한 경우
● 기획, 마케팅 등 창의적 생성이 중요한 업무
● 자유도가 높은 자연어 질의 응답
● 다양한 주제를 빠르게 탐색해야 하는 팀
✔ SLM이 적합한 경우
● 반복적인 문의 대응, 보고서 자동화 등 정형 업무
● 빠른 응답이 요구되는 고객 지원, 상담 업무
● 보안·개인정보 이슈가 있는 업무 (예: 의료, 금융)
● 엣지 디바이스에서의 실시간 판단
또한 조직이 AI 활용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는 하이브리드 구조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전사 기획 부서는 LLM 활용
● 고객 지원, 백오피스 자동화에는 SLM 배치
● 데이터 흐름 제어가 필요한 시스템은 온프레미스 SLM 구성
결론: AI 전략의 중심은 ‘모델 선택’이 아니라 ‘배치 전략’
생성형 AI가 비즈니스에 본격 도입되면서, 기업은 이제 단일 모델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LLM은 여전히 강력한 생성 도구이지만, 모든 업무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SLM은 제한된 자원과 높은 보안 요구사항을 가진 환경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용적인 대안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업무의 특성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고, 적절히 배치하고 운영하는 전략입니다.
모델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입니다.